최병철 이야기 36

2015.09.21 12:16

최병철 조회 수:905

36. 경춘선 막차

나는 1964년 1월 31일 밤 8시 20분 청량리역발 춘천행 열차에 올랐다. 큰 눈이 내린 끝이라 천지가 꽁꽁 얼어붙었고 모진 추위와 세찬 바람에 코가 떨어져 나갈 것 같은 엄동설한 밤중이었다. 열차의 창들은 거의 반가량이 유리가 깨어져 있었고 좌석들은 여기저기 찢겨져 속들이 들어나 보여 흉물스럽기까지 하였다. 칙칙폭폭에 요란한 기적소리를 내뿜으며 부지런히 달리는 증기기관차에는 각기 20여명 남짓의 승객을 태운 네 량의 객차가 매달려 가고 있었다. 모두가 외투 등으로 얼굴을 싸매고 깨진 창으로 들어오는 바람과 싸우는 가운데 열차는 20분 연착하여 11시에 도착했다. 춘천역장은 모든 승객의 손바닥에 커다란 스탬프를 찍어주었다. 기차가 연착해서 12시~4시 통행금지 시간을 위반하게 되었음을 증명한다는 것이었다. 춘천역전에서 간신히 얻어 탄 합승택시가 마지막으로 나를 내려주었다. 한밤중에 어딜 어떻게 돌아 여기에 왔는지, 내가 있는 데가 도대체 어디인지 알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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