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철 이야기 42

2016.01.23 12:10

최병철 조회 수:896

경춘선 열차

청량리역과 춘천역 사이 2시간 20분이라고 적혀있는 소요시간은 거의 지켜진 적이 없었던 걸로 기억된다. 보통 이삼십 분 연착해도 누구하나 시비하지 않았던 칙칙폭폭의 증기기관차, 조금이나마 약속시간을 지키고자 애썼던 디젤기관차 등이 끌었던 열차에 실려 춘천을 오가던 시간들이 내게는 금 쪽 같이 귀한 시간들이었다. 그것은 작곡하기에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고 마음껏 쓸 수 있었던 훌륭한 나만의 시간들이었기 때문이었다. 때로는 창밖에 펼쳐지는 아름다운 경관에 취해 빠져들기도 하고 때로는 누구 못잖게 폼 잡고 얼굴이 똥색이 되어 사색하기도 했던, 그러나 습관처럼 내 무릎 위의 오선지는 항상 내 연필의 현란한 춤사위를 콩나물로 그려냈던 그 시절이 사무치게 그립다. 경춘선 열차는 지금도 달리고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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