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철 이야기 43

2016.01.23 12:12

최병철 조회 수:773

아이들

보통 어둑어둑해지면 나를 실은 시발택시가 학교 정문을 들어선다. 그러면 쪼르륵 서너 명의 학생들이 어디선가에서 튀어나와 택시 문을 열고

어서 오세요, 선생님. 안녕하세요? 서울 소식은요?”

누가 무얼 묻는지도 모르게 다그치며 . . . . 김명옥, 차경희, 송미라, 모두 성심여고 출신들이다.

너희는 주말에 집에 갔다가 어제 왔으면서 무슨 서울 소식?”

주말에 집에 갔다 왔으면서도 기숙사 생활은 아이들을 그렇게 만든다고 한다. 그래서 가장 최근에 서울에서 온 사람이면 무슨 새 소식을 가져오겠지 하는 모양이다. 하긴 집 생각을 하며 우는 학생도 있다는 이야기는 자주 들어왔던 터였다. 그렇게 몇 주가 지나면서 나를 마중 나오는 학생들 수가 점점 늘어나 약 칠팔 명 가량이 되었다. 그들은 나한테서 배운 노래들을 부르며 기숙사 입사 시간 까지 놀다 들어가기가 일수였다.

No farmer boys for me mama,

that should be plain to see, hi-ha.

Fiddidi fidila fiddila la la

fiddila la la

모였다 하면 스위스 요들에서 시작하여 아는 노래를 다 불러야 끝나는 버릇이 생겨났고, 그렇게 해서 봉의산 기슭은 젊은 여인들의 즐거운 노래 소리로 밤이 깊어가는 낭만의 숲속으로 지새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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