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1.23 12:16
교가
<성심은 참된 진리 젊은 얼을 이끄시니
자랑도스러워라 온 누리의 성심자매
젊음은 진리에 무르익어
작은 꿈은 한없이 참되단다
아! 성심 진리의 성심
밝은 빛 전하리라 영원 무궁히
?
성심은 참된 사랑 젊은 얼을 내리시니
자랑도스러워라 온 누리의 성심자매
젊음은 사랑에 살쪄가고
작은 꿈은 한없이 아름답다
아! 성심 사랑의 성심
참사랑 전하리라 영원 무궁히>
1964년 5월 어느 날 춘천행 열차가 거의 세 시간에 걸쳐 내게 실어다 준 한편의 시, 성심여자대학 교가 가사였다. 나는 학교에 도착하는 대로 교무처장실을 두드렸다. 교무처장 Thornton 수녀가 나를 반갑게 맞아드렸다.
“우리 대학도 교가가 있어야하지 않겠습니까?”
“Sure, we should have school song, and do you have any idea?"
"예, 오늘 열차에서 몇 자 적어 봤는데 어쩔는지요?“
우리는 바로 총장실로 자리를 옮겼다. 얼굴 가득히 미소 짓는 Mother Nichols 총장
“Good evening, Prof. Choi?"
사안이 중대해서였는지 통역을 위해서 바로 김재순 수녀 까지 불러들였다. 사실인즉, 대학 측에서는 교가 가사를 이미 시성 서정주 선생께 의뢰해 받아놓은 상태였으며 가사의 후렴 부분의 ‘굽어 살피소서 성모 마리아. . . .’를 교가 가사로 받아들일 수 있을까를 놓고 논란 중이었다. 그런 사정도 모르고 나의 서툰 시 한편이 껴들어 파장을 일으키게 되었다는 것이다. 나는 그 사실을 알게 되자 즉시 나의 시를 돌려달라고 정중히 요청했다. 하지만 그 회의는 좀처럼 나의 서툰 시를 돌려줄 생각이 없었다. 도리어 시의 내용에 대해 철학적 질문을 쏟아내는 것이 아닌가? 나의 시를 김재순 수녀가 자세히 번역하여 낭송했다.
“Small dream(작은 꿈)?”
Thornton 수녀가 나를 바라보았다.
“Yes, small dream, Mother Thornton."
“Our dreams are not small at all."
총장 수녀가 거들었다.
동서양 문화의 차이에서 작은 꿈이 잘못 해석되고 있다는 김재순 수녀의 설명이 있고서야 토론이 끝났다. 서양 사람들의 사고방식은 확실히 우리의 그것과 달랐다. 뜻밖의 이 작은 미팅에서 교가의 가사가 최병철의 서툰 시로 확정되었고 총장 Mother Nichols 는 그 자리에서
“How long does it take to compose our school song on your poem, Prof. Choi?"
참으로 놀라운 일이었다. 불과 반시간 만에 정해진 교가 가사, 나는 어안이 벙벙해서 내가 사실을 잘못 알고 있는 것이 아닌가를 의심할 정도였다. 이 가사는 나의 뇌리에 아롱 새겨졌고 그토록 깨끗하고 참된 이상으로 설립된 대학의 이미지, 그리고 그토록 예뻤던 학생들의 꿈과 더불어 범벅이 되어 노래가 빚어져 나왔다. 정말 현실에서 동떨어진 몽롱한 꿈속에서 허우적거렸던 그날들의 추억이 눈앞에 아른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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