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철 이야기 55

2022.01.23 18:47

최병철 조회 수:157

최병철 이야기 55

1972년 여름, 베이스 오현명의 요청으로 국립극장(장충동)에 갔다. 오현명은 나의 대선배로서 서울 음대 2회(?) 동기동창 김창구(당시 국립극장장)를 소개하고 즉시 중대한 대화에 들어갔 다. 

1961년에 창단한 국립 오페라단이 공연 때마다 합창단이 없고 여러 가지 여건상 국립합 창단의 필요성이 화제의 중심이었다. 사실 내가 서울 음대 합창을 담당, 또 성악 전공자들로 구성된 합창단 (오라토리오 서울 합창단)의 활발한 연주를 하는 외에 아마추어 합창단으로 시 온성 합창단과 큰 교회의 성가대 정도가 있었기에 오페라 합창은 염두도 낼 수 없었기 때문에 전문 합창단의 필요성은 절실했었다. 그러나 여건은 너무도 열악했다. 모두가 오로지 열정만 있을 뿐 예산 한 푼 거론할 계제가 아 니었다. 몇 번 다시 모여 거론 끝에 1973년 늦은 봄에 일단 단원 모집을 하기로 했다. 최고를 겨루는 일류 음대 성악과 출신들이 다른 일자리가 없어 많이 모여들었고 과열된 경쟁을 뚫고 들어온 40명의 국립합창단이 탄생한 것이다. 이들은 모두 예산이 확보될 때까지 급료는 없고 교통비만 받기로 서약한 열정파의 준재들이었다. 음악가들의 일자리가 얼마나 없었는가를 말 해준다. 최흥기, 오세종, 김태현, 김선일, 양은희 등 창단 멤버들의 이름이 기억을 스쳐 간다. 

국립극장 지하 연습장에서 국립합창단의 여정을 시작했다. 다행히 성심 총장의 이해와 배려 덕에 창단 지휘자로 서울에서의 활동 시간(목 금 토)을 확보할 수 있었고 소문난 오라토리오 와 큰 규모의 미사곡 등으로 고급 레퍼토어를 장식할 수 있었다. 음악계 지도층의 많은 노력으로 그해 가을부터 적지만 급료를 줄 수 있는 예산도 확보했다. 국립합창단은 매일 출근 체제로 바뀌어야 했다. 오현명 선생은 나에게 성심여대를 포기하고 국립합창단 지휘자로 직업을 바꾸라고 몇 번 종용했다. 참으로 어려운 제안이었다. 나로서는 이미 안정된 교수직을 고수해야 했기 때문이었다. 그런 가운데 어느 날 생긴 지 얼마 안 된 MBC TV 저녁 대중음악 프로에 해설자로 출연한 나영수를 보고 그의 그간 행적을 뒤져보았다. 나영수는 서울음대 나의 1년 후배(1957학번?) 성악과 출신 바리톤으로 김학상 교수의 문하생이다. 그는 함경도 태생으로 625 때 부친과 함 께 내려온 피난민이었다. 그는 1958년경(?) 이남수 지휘로 시작한 KBS 합창단원으로 일종의 알바를 했었고 졸업 후 박정희 대통령 때 중앙정보부장 김종필이 창단하고 김생려가 지휘하는 예그린악단의 합창단원이 되었다. 나영수는 당시 법이 가 호적 신분 피난민에게 여권을 주지 않아 예그린악단의 미국 연주 여행에서 제외되어 형편이 좋지 않은 상태였다. 나는 오현명 선 생에게 나영수를 국립합창단 지휘자로 소개했으나 한마디로 거절당했다. 그의 경력이 고작 3~4년간의 합창단원뿐인데 어떻게 지휘를 할 수 있겠는가 하는 것이었다. 나는 내 처지가 너 무 힘들어 양쪽을 다 할 수 없기에 여러 차례 오현명 선생을 설득해 나영수를 지휘자로 영입 했고 당분간은 악보도 공급하며 도왔다. 지휘 경험이 전무 했던 나영수, 1년여 만에 위기를 맞아 독일 유학길에 올랐고 그기간 약 1년 동안 내가 국립합창단을 이끌었다. 그는 몇 년 후 한양대학교 음대에 낼 추천서를 써달라고 부천 성심여대 교무처장실로 나를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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