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철 이야기 29~30

2015.09.09 16:02

최병철 조회 수:310


?29. 실존의 비약


나는 내가 살아온 모든 과정을 돌이켜 보았다. 나의 운명은 왜 이리도 험난한 것인


가? 평생 불구가 된 양 다리를 이끌고 아홉 식구를 부양하던 소년가장이 이제 겨


우?교사가 되어 생계 안정의 길로 접어들고 있는데 강제로 직장을 잃고 나는 도대


체 어쩌란 말인가? 별 궁리를 다 해 보았으나 대책은 없고 무섭게 자라나는 동생


들?넷, 고교생 둘과 대학생 둘! 다시 길거리 장사라도 해야 할 판이었다. 이런저


런?고민으로 며칠을 보내며 혹시 작곡을 해서 먹고사는 방법이 없을까 하는 생각


을 하던 차에 동아일보사가 음악콩쿨대회릏 개최한다는 뉴스를 접하게 되었다. 작


곡부문의 과제곡은 현악4중주 한 악장이었다. 그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오직?


하나의 일이 나타난 것이다. 당장 먹고 살아야하는 걱정으로 가득했던 나의 머리?


속이 갑자기 기기묘묘한 선율들의 현악 4중주의 악상으로 가득 차 버렸다.


작곡을 약 보름 만에 끝낸 내가 정성스레 펜 사보를 하고 파트보를 만드는데 닷새?


가량이 더 걸렸다. 곡의 제목이 얼른 떠오르지 않아 약 10여일이나 허송세월을 했


다.?실존의 비약!?좋아, 그래?실존의 비약으로 하지. 그래서 최병철 작곡 String?


quartet No.1 '실존의 비약‘이 탄생했다. 나는 마감일 보다 일주일 전에 동아일보사


에 가지고 가 제출했다. 실존이니 뭐니 하는 시 건방을 떤 데는 그럴만한 이야깃거


리가 있다. 보성고등학교 시절 철학서적 꽤나 뒤적거리며 친구들과 열 올려 토론


하던 때의 겉 멋으로 봐주면 될 것 같다.


1961년 10월 1일은 나에게 있어 특별한 날이었다. 작곡 부문의 경연은 국립극장


(내가 오페라에 출연했던)에서 당시 KBS 교향악단의 악장 및 수석들로 구성된 현


악 4중주단(V1 이제헌, V2 안용기, Vla 김용삼, VC 양재표)의 연주로 진행되었으


며?출품작이 모두 11곡이었다. 이 경연대회에서 나는 작곡부문 1등 상패와 부상?


30만원을 받았다. 난생 처음 만져보는 거금이었다. 당시 교사 월급이 약 칠팔 백


원?정도였다.



30. 가문을 다시 일으켜 보자


나는 할아버지와 아버지께서 대 지주 급 거부였음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그


래서 어디에든 땅을 조금씩 사서 부를 이룩하고자 하는 생각을 자주 했었다. 나는?


동대문에서 출발하는 아침 7시 발 시외버스를 타고 제1 한강교와 흑석동 등을 거


쳐 하얀 흙먼지를 뒤집어쓰고 오후 3 시에 말죽거리에 내렸다. 거기에서 하얀 노인


네들(복덕방 비슷한)이 했던 이야기 “이봐 젊은이, 저만치에 다리가 생긴데(한남대


교). 그러면 여기가(현 뱅뱅 사거리) 아주 좋아진데. 그 돈이면 1760여 평 살 수 있


거든?” 내가 집에 돌아온 건 밤 11시, 나는 오늘 나의 행적을 소상하게 어머니께?


말씀 드렸다.


“별 미친놈 다 보네, 하루 종일 그 먼데를 다녀와서 질리지도 않았니? 그건 말도?


안 돼”


나는 아무 말도 더 할 수가 없었다.


“정부에서 수유리, 우이동을 개발 한다더라, 그쪽 같으면 모르지만.”


나는 설흔 일곱에 여섯 아이의 어머니로 과부가 되신 우리 어머니께 정말로 충실


한 아들이었다.


“네 어머니, 내일 그리로 가 볼께요”


옛날 인민군한테 끌려왔던 화계사 주변의 악몽을 되씹으며 도착한 곳은 수유리 어


느 야산 변두리(현재 419 묘소 근쳐), 그곳에서 그 돈을 다 주고 200평을 샀다. 참


으로 어리석은 나의 판단/행위는 몇 년 후 김신조 사건으로 수유리, 우이동 개발


이?취소되면서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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