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철 이야기 35

2015.09.21 12:13

최병철 조회 수:378

35. 성심여자대학

그 며칠 후 당시 교무주임 김재순 수녀 소개로 일본에서 원효로 성심수녀원을 방문한 Thornton (Scottish) 수녀를 만나게 되었다. 나는 이분이 중국 베징에서 성심여자대학장으로 계시다가 모택동의 중국 공산당 정권 때에 일본으로 피난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Thornton 수녀와 나는 한 시간이 넘도록 우리나라 음악계와 특히 가톨릭 음악가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1963년 12월 25일 성심여중고 크리스마스 음악회는 개교 이래 가장 성대했다고 한다. 나는 소문난 크리스마스 캐롤 위주로 프로그램을 짰고 학생들의 연주는 아주 훌륭했다. 그리고 학생들이 정성들여 준비한 다과회에는 구 주교, Thornton 수녀, 일본에서 온 몇몇 수녀들, 그리고 국내 고위 성직자들과 성심학교 교직원 등이 초대되었다. 성심학원 재단이사회(성심 수녀회)는 이 자리에서 1964년 성심여자대학 제1회 신입생 선발계획을 발표하였다.

기나긴 겨울방학이 시작되고 해가 바뀌었다. 고정수입 덕에 생활이 안정되고 집에 전화도 가설했다. 따르릉 따르릉 1월 중순경 어느 날 걸려온 주매분 교장 수녀의 전화였다. 1964년 봄 학기부터 성심여자대학 음악과에서 강의할 사람들을 추천하라는 내용이었다. 나는 서울음대 선배들 가운데 서울음대 강사직에 있는 몇 분을 추천했다. 1월 하순경 또 전화가 걸려왔다. 이력서를 한통 가지고 학교로 오라는 내용이었다. 나는 영문도 모른 채 이력서를 Thornton 수녀에게 건넸다.

“최 선생님 1월 31일 춘천에 가셔서 입시문제를 내시고 입시가 끝날 때 까지 대학 기숙사에 계셔야 되겠는데요”

주매분 교장 수녀가 통역을 맡았다. 여느 때 같으면 직접 이야기했을 터인데 나의 서툰 영어회화를 염려해 사안의 중대함을 고려했음이었다.

“. . . . ?”

나는 순간 어리둥절했다.

“Professor Choi"

장승같이 무뚝뚝한 Thornton 수녀가 얼굴에 엷은 미소를 지으며 박수를 쳤다.

“Mother Thornton".

"Yes, professor Choi"

옆에서 웃고 있던 주매분, 김재순 등 두 분 수녀도 박수를 치며 나를 축하해 주었다. 이야기인즉 며칠간 많은 교수 후보들을 인터뷰하고 수차례에 걸친 회의를 거듭해 얻은 결론이라며 다시 나를 축하해 주었다. 전연 예상치 못 했던 뜻밖의 일이 눈앞에 벌어지고 있었다. <professor? 내가 무슨 팔자에.... 실감하기엔 너무나 큰 행운이었다. 아니 행운이라기엔....? 참으로 만감이 교차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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