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철 이야기 45

2016.01.23 12:21

최병철 조회 수:385

45. 낚시

때로는 대낚시, 때로는 견지 . . . . 대낚시는 정적이고 견지는 동적이다. 춘천은 호반의 도시라는 별명에 걸맞게 주변에는 소문난 낚시터가 많다. 크고 작은 저수지에서 소양호, 춘천호, 의암호 등 댐으로 조성된 엄청나게 넓은 수면이 대낚시 터요, 댐들 밑으로 흐르는 넓은 강, 그리고 계곡마다 흘러 들어오는 지류들이 모두 견지낚시 터라 하겠다. 나는 보통 세밀하게 잘 갖춰진 등산 장비에 낚시 가방을 메고 고기 바구니를 들고 대낚시 터를 찾았다. 고삼, 물왕리, 사랑리, 백학, 예당 등 아직도 듣기만 해도 가슴이 설레는 그곳들에는 내가 야영했던 흔적들이 남아 있을 거 같은 환상에 빠져본다. 하지만 밤낚시의 찌를 보기위해 켜 놓은 카바이트 등으로 오선지 위에 콩나물을 적은 밤들이 훨씬 더 많았다. 밤이 깊어지면 고기들도 먹이 활동을 하지 않는 듯, 거울 같은 수면 위에 찌 서너 개의 움직임도 거의 없으면 내 머리 속은 습관적으로 낚시를 떠나 멀고먼 환상 속을 허우적거리기 일쑤였다. 그것은 완전히 현실을 멀리 떠나 멋대로 엉클어진 형형색색의 실타래 같은 소리 덩어리들의 흐느적거림이라고나 할까? 사실 내 작품들의 상당수가 야영장에서 잉태되었다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그런데 견지낚시의 경우는 다르다. 무릎 정도 깊이의 여울, 장 단지 깊이의 샛강, 허리 정도 차는 강물 속 등 날씨에 따라 선택의 폭이 큰 견지 낚시터, 학생 시절에는 왕숙천, 뚝섬 샛강, 미사리 샛강 등 서울 근교가 좋았다. 서울 인구의 폭발적 증가에 따른 수질 오염, 도시화 등 변화는 더 이상 이곳에서의 낚시를 허용치 않았다. 나의 취미생활은 점차 먼 거리로 발전해 갔다. 덕소, 능내, 양수, 팔당, 대성리, 청평, 가평, 상천, 강촌, 의암댐 아래, 춘천댐 아래 . . . . <잠시 눈을 감고 그때 그곳들을 누비던 날들로 돌아가 보자. 설레는 마음, 구더기 낚시 밥이 든 깡통을 목에 걸어 배꼽 까지 늘어뜨리고, 폴 대에 깻묵 떡밥 주머니를 매달아 강바닥에 꽂아 고기들을 유인하며, 컴컴한 새벽부터 해 저물 때까지 견지를 매 5초 간격으로 잡아 다니던 그 힘이 대체 어디서 나왔을까? 취미활동? 스포츠? 죽기 살기? 어떻게 보면 약간의 실수로 생명을 잃을 수도 있는 모험의 연속이 아니었던가?> 잡은 고기로 매운탕을 끓여 늦은 저녁을 먹고 모래사장에 처 놓은 나의 조그만 에이 텐트 속 에어 매트리스 위에 누우면 이내 잠들기 일쑤였다. 나에겐 그토록 아름다웠던 옛날들이 있어 행복한 거 같기도 하다. 이따금씩 나의 산행, 낚시 등 여행 행각에 동참했던 이성덕(혜화동 성가대 후배, 1978년에 산에서 실족사)이 간절하게 그리워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사실이다. 견지낚시를 하는 동안만큼은 흐르는 물속에서 버티며 왼손으로는 구더기 미끼를 계속 흘려보내 고기를 한 줄로 유인하면서 오른손으로는 매 5초 간격으로 견지를 당기는 전신운동을 하는 셈이다. 나는 그것을 운동이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다. 그냥 취미로 . . . . 어머니께서는 내가 시원치 않은 다리로 비틀거리며 배낭을 메고 나가는 뒷모습을 보시며

얘야, 유서라도 써놓고 가지 그러니

라고 하시던 일이 생각난다. 소아마비로 손가락 하나 까딱도 하지 못하던 아들의 뒷모습에 만감이 교차 하셨으리라, 그리고 통신시설이 전무하던 그 시절에 집을 떠난 자식의 일 거수 일 투족이 얼마나 걱정스러웠으며 얼마나 궁금하셨을까? 정말로, 정말로 고마우신 우리 어머니

네가 무얼 해도 엄마는 좋단다.”

어머니는 이어서

하지만 항상 너는 네 다리가 성치 못하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단 말이야.”

어머니의 마음은 말리고 싶기도 하고 보내고 싶기도 하셨을 것이다. 위험하지만 몸을 위해서는 말릴 수 없는 심정, 나는 어머니의 깊은 속마음을 항상 주의 깊게 읽고 살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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