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철 이야기 46

2016.01.27 15:01

최병철 조회 수:394

46.

1964, 그러니까 내 나이 스물여덟 살이었던 해, 소아마비로 인한 전신 마비의 내 몸 상태가 많이 호전되고 있었다. 피아노, 오르간 등의 건반에서 손가락의 놀림이 어느 정도 가능해졌고 무릎 부분이 활처럼 뒤로 휜 뻗정다리로 우스꽝스럽게 휘청거리던 걸음걸이도 꾸준히 산을 오르내리면서 점점 좋아지고 있었다. 이제 나의 산행은 소아마비를 극복하기 위한 목적뿐이 아니었다. 틈만 있으면 산에 가지 않고 못 견디는 최고의 취미로 둔갑해 버린 것이다. 직장도 안정되어 산에 갈 때면 고기 한 칼이라도 사서 돌판 위에 구어 먹을 수 있어 한결 여유로워졌다. 남처럼 바지런한 걸음걸이는 물론 아니었다. 천천히 슬슬 쉬지 않고 꾸준히 다리를 옮겨 디디며 설악의 사계절을 눈으로, 가슴으로 만끽하며 아무데나 앉아서 작곡하고, 아무 때나 천막(A tent) 치고 누었다가, 동서남북으로 누비면서 2001년 가을 마지막 등반 때 까지 대청봉(소청봉, 귀떼기청봉)을 무려 72회를 넘었다. 계조암, 비선대, 귀면암, 마등령, 십이선녀탕, 양폭, 천왕성폭포, 주검의 계곡, 필레 약수, 운두령, 불타 없어졌던 관음사 터, 탐라계곡, 개미목, 개미등, 용진굴, 왕관폭포, 정방폭포, 노고단, 피아골, 하동 쌍계사, 금산 쌍계사, 관촉사, 화엄사, 연곡사, 천은사, 육모정, 심원계곡, 달궁, 실상사, 불영계곡, 소똥령, 소금강, 상원사, 월정사, 법흥사, 선운사, 통도사, 험하기로 꼽히던 장수 아흔아홉 계곡 . . . . 모두 가물가물 잊혀져가는 추억의 그림들! 그리고 한라산 백록담 37, 지리산 천왕봉 42, 삼악산, 도봉, 백운대, 관악, 문수봉, . . . . 웬만한 등산가에 견주어도 별 손색이 없을 정도라고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산은 나에게 양 다리를 돌려주었고 지금 팔십이 넘도록 작곡, 지휘 등 지칠줄 모르는 활동을 할 수 있는 건강을 주었다고 확신하고 크게 감사한다. 그리고 많은 경우 나의 느린 걸엄을 참으며 함께 해 주었던 절친 동계 이석래 교수! !참으로 그립구나.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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